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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수습 임무

- 한국군 유사시 대량 전사자 영현 수습 임무 -


영현(靈顯)은 사망자의 영혼을 높여 이르는 말로 군에서는 주로 전사자를 일컫는 단어다.

전투 상황에서는 거의 반드시 전사자가 발생하며 특히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더불어 영현 수습 및 처리에 어려움이 더해지게 된다.

국가는 전시에 전사자를 신속하게 수습하고 최대한 예우하여 고인의 명예를 드높이고 유족을 위로할 의무가 있지만, 우리 군의 전시 대량 전사자 발생시 대응 계획은 기본적으로 그 의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군 영현 업무의 실태

1) 6·25 전쟁 당시 전사자 수습과 유해 발굴

전사자의 영현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온전히 수습하고 최대한 예우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대부분의 전쟁에서는 전투 상황이 급박한 탓에 많은 전사자를 수습하지 못하고 전장에 임시 매장하거나, 심지어 아예 적 점령지에 두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6·25 전쟁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6·25 전쟁 전사자 중 13만여위가 수습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우리 군의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은 전쟁이 발발한 지 50년이 지난 2000년에 들어서야 본격 시작되었다.

이마저도 초기에는 육군본부 차원의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하였다가 2005년에 영구추진 사업으로 전환되었고, 사업 주체가 국방부로 이관되어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이보다 늦은 2008년 3월 ‘6·25전사자 유해발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부터이며, 이러한 점들을 보면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6·25 전쟁 전사자에 군 당국이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더불어 6·25 전사자는 유전자 자료가 확보되어 있지 않으므로 유해발굴감식단의 신원 식별 능력이 제한되어 유해를 발굴하더라도 신원을 확인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군 당국은 2006~2015년 사이에 1만여구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였지만 이 중 신원이 최종 확인된 유해는 109구에 불과하다.

발굴된 전사자의 1.2%만 신원이 확인된 셈인데, 이는 전사자 유전자 데이터의 부재로 인하여 유족들에게서 일일히 DNA를 채취, 대조하여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방식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해발굴 사업을 지속 추진해야 하는 것은 전사자의 명예를 드높여야 할 전후 세대의 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2) 대량 전사자 처리 면에서 본 우리 군 영현 업무의 현실

앞서 6·25 전쟁과 유해발굴 사업을 언급한 이유는 우리 군의 대량 전사자 처리 대책이 현재까지도 6·25 전쟁 당시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우리 군 영현 업무의 당면 문제를 교리, 제도적인 면과 편성, 장비 면으로 살펴본다.

1. 교리 및 제도상의 문제

우리 군 대량 전사자 처리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6·25 전쟁 당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임시 매장 처리 후 유해를 발굴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사자의 영현은 상황에 따라 일반처리와 긴급처리로 나누어 조치하는데, 일반처리 절차는 영현 수집 및 인적 확인 → 장비 반납 → 검사 → 수의 착용 및 입관 → 매(화)장 보고서 작성 → 화장후 봉안소로 봉송 → 현충원 안장 및 본가 봉송인 반면 긴급처리는 일반처리에서 장비 반납까지는 동일하나 이후는 후송 및 영현 트레일러(이동식 화장로)를 이용한 화장 또는 야전에 임시로 매장(차후에 발굴 전제) 후 보고의 절차로 진행한다.

물론 전쟁 초기에는 전사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더라도 군 가용 자원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정도겠지만, 전쟁이 진행될수록 전투 상황이 격렬해지고 군 가용 자원으로 소화할 수 없는 규모의 전사자가 발생하게 되므로 긴급처리는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현 후송장비는 물론 냉장·냉동처리 장비 및 시설과 활용 계획 등을 평시는 고사하고 전시 계획에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더불어 군 당국은 대량 전사자 발생을 대비한 신원 식별 대책도 사실상 등한시하고 있는데, 국외파병 장병과 일부 함정 승조원에 대하여만 DNA 샘플을 채취하는 정도의 조치만을 시행중인 것이 현실이며 이는 전 장병의 DNA와 진료 기록을 확보한 신원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분야를 학교 교육에도 반영하는 미군과는 대조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사자 처리 및 관리에 관한 국방부 차원의 소관 법령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방부 소관으로는 전술한대로 6·25 전사자 유해발굴에 관한 법령만이 있을 뿐 현재 진행형의,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대량 전사자의 처리와 관리에 관하여는 일반 법령은 물론 행정규칙조차 없이 각 군 규정에 일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대량 전사자 발생시 전사자 영현 및 유품 처리, 심지어 유족에 전사 사실 통지와 유족 지원에 관하여 혼란이 발생할 빌미가 될 수 있으며, 정부 유관 부처와 책임 한계 역시 명확하지 않으므로 실상황시 일사불란한 대응을 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전 이후 평시 상황이 오랜동안 지속되어 논의가 거의 없는 상황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는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영현 업무가 이원화되있다는 점이다. 군필분들께서는 군에서 시신이 10종 보급품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일이 있을 것이다.

이는 영현처리를 군수 계통에서 담당해왔기 때문에 도는 이야기로 1종~9종 보급품의 분류에 해당하지 않는 물자를 10종으로 분류(비군사물품이 해당되며 대민지원물자 또는 자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하는 것을 두고 영현은 10종에 해당한다는 해석에서 나온 오해이며, 실제로도 군 당국은 여태까지 영현을 10종 보급품으로 분류한 일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영현 업무 주관, 통제 및 행정업무는 인사 계통의 업무이며 2014년 3월 1일자로 영현 업무의 주무부서가 인사 계통으로 공식 이관되었지만, 영현을 실제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업무는 여전히 군수 계통에서 맡고 있으므로 통제와 업무 책임의 연계가 결여되어 있고 구체적인 전·평시 업무 연계 방안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2. 편성 및 장비상의 문제

우리 군의 영현 업무 담당부대는 전시 편제 위주로 반영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실전 상황시 영현 수집 업무가 사실상 제한되는 실정이다.

사단급 부대에는 보급수송대대 보급중대 근무소대에, 군수지원사령부에는 예하 보급대대 정비수집중대 수집영현소대에 영현반이 편성되어 있으나 평시에는 관련 업무를 매우 드물게 하는 편이다.

육군의 경우 병 주특기 중 병참병과에 영현등록 주특기가 있고 본래는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주특기 교육도 실시했었으나 최근에는 영현등록병 주특기 교육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병이 여차저차하여 영현반으로 배치되더라도 실제 자대에서는 보급병이나 행정병, 심지어는 쓰레기소각장 담당병 등 임무를 맡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완편된다 해도 사단 보급수송대대 영현반은 7명(부사관 2/병 5), 군수지원사령부 영현반은 12명(반장 1/병 11)씩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현역은 평시에 전술한 보급병, 행정병 등 다른 임무를 수행하다가 본격 영현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전·평시 임무 연계에 문제가 있고 부족한 인원은 동원예비군으로 충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군병원에서도 영현 관련 평시 편제를 삭감하고 장례지원서비스를 도입, 운영중이다.


편제 뿐 아니라 장비 문제는 더 심각하다. 12명으로 구성되는 군지사 영현반에는 ‘영현 트레일러’라 불리는 이동식 화장로 2대가 배정되는 것이 전부이며(야전 임시 화장용이며 이마저도 전시 편제), 본격 영현 처리를 위한 영현백이나 관 등의 물자도 소요 대비 매우 부족하고 야전 냉동설비 및 염습용 장비 등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영현 트레일러는 만들어진 지 오래된 노후 물자로 편제는 전시 편제로 되어 있지만 실제 보유는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실제로 편제되어 운용한다 해도 1일 처리 가능량이 6구에 불과하여 전시에 발생하는 대량 전사자를 감당할 수 없다.

영현백도 보유량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는데, 군 당국이 전시에 1개 군단 기준으로 1일 평균 700여명의 전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에도 육군 전체에 350여개(사단 보수대대당 5개/군지사 보급대대당 10개)의 영현백만 편제되어 있을 뿐이며 이는 상식적으로도 매우 비현실적인 편제로 그만큼 군 당국이 전시 대량 전사자 발생 상황에 대한 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3) 미군의 전사자 처리 : 영현중대

평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우리 군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실전 상황을 계속 치르고 있는 미군은 전사자 영현 수집 및 처리 시스템이 우리 군에 비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미 육군에는 4개의 영현중대(Mortuary Affairs Company ; MA CO, 상비 2개/예비 2개)가 있으며 각 영현중대는 중대본부, 지원운영반과 1개 주수집소대(Main Collection Platton ; MCP)와 5개 전방수집소대(Forward Collection Platton ; FCP)로 구성된다. 주수집소대는 66명(장교 1/부사관 32/병 33), 전방수집소대는 52명(장교 1/부사관 25/병 26)으로 각각 구성되며 본부 및 지원운영반을 포함하면 1개 영현중대 인원은 237명에 달한다.

장비는 영현 후송용 냉동밴 1대와 5톤 트랙터 2대, 천막 2동 및 400갤론 급수 트레일러가 배정되어 있으며, 1개 영현중대는 1일 400구의 영현을 처리할 수 있다.

미 육군 영현요원은 버지니아주 포트 리(Fort Lee)에 위치한 병참센터학교에서 7주간 교육을 받으며, 교육 내용은 영현처리절차, 신원확인용 해부학적 지식, 치아 감별법, 영현 수송 등으로 구성된다.

장기간 평시 상황을 유지중인 우리 군과의 절대 비교는 곤란한 면이 있겠지만 영현 처리 대책만큼은 확실히 미군의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할 수 있다.


대량 전사자 처리,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1) 업무통제 일원화 및 부대 편제 확립

전술했듯이 우리 군의 영현 담당부대는 전시 소요대비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현 상태로는 전시 대량 전사자 발생시 효과적인 영현 수습 및 처리가 제한된다.

전시 원활하고 효과적인 대량 전사자 처리를 위하여는 영현 업무 통제 주체를 일원화하고 앞서 설명한 미군의 영현중대 편제를 참고하여 부대 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영현 업무의 주무 부서를 인사 계통으로 완전 일원화해야 한다. 우리 군의 영현 관련 업무는 2014년 3월 1일자로 인사 계통으로 공식 이관되었지만 실제 영현 수집 및 처리 업무는 여전히 군수 계통에서 맡고 있는데, 영현 수집 및 처리업무까지 인사 계통(실제 임무 수행은 의무병과)으로 이관해야 통제와 업무간 연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 계통으로 완전 이관하게 되면 평시 영현처리 업무는 군병원이 담당하고 전시에는 사단급 의무근무대와 군수지원여단(군 구조 개편에 따라 군사령부 예하 군수지원사령부에서 군단 예하 군수지원여단으로 개편중) 예하 의무보급정비대가 추가로 담당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군 차원의 효율적인 영현 업무 통제를 위하여 육·해·공 3군을 통합한 영현처리 전담부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예하의 영현소대를 모체로 영현중대를 창설하고, 미군의 영현중대와 유사하게 영현 처리 및 수집 추도의식 등을 담당하는 전방수집소대를 전방 군수지원여단과 전투부대에, 영현 수집, 후송, 분류를 담당하는 주수집소대를 후방 군수지원여단에 배속하여 운영하되 평시에는 감편 편제로 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2) 영현 처리 절차 개선 및 장비 확충

6·25 전쟁 당시 성행한 임시 매장(사후 발굴)이나 야전 화장 등의 영현 처리 절차는 현대전에 맞지 않는 행태이며 무엇보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전사자의 영현은 발생한 부대에서 신속하게 후송 및 봉송하는 방향으로 교리를 정립해야 하며, 과거와 같은 임시 매장이나 야전 화장은 불가피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실시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원칙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선 부대에서 전사자가 발생하면 사/여단급 영현반에서 냉동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수습하고 군지여단 영현반의 냉동창고에 안치했다가 영결식 후 국립현충원으로 봉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전술한 전방수집소대에 의한 신속한 전시 영현 후송 체계를 정립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는 관련 교리 및 교범을 개정하고 인원 및 장비를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다.

영현 업무의 현대화를 위하여는 필요한 장비들을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전시 영현 안치 및 보관을 위한 냉동 컨테이너(2.4 × 6 × 2.5m, 24여구 수용)와 냉동차량(1.6 × 3 × 2.5m, 대당 10여구 수용)을 군지여단별로 확보하는 것이 제안되고 있으며 이는 영현의 온전한 수습 및 봉송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전시에 영현 업무 부대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시부터 영현 처리 장비와 물자를 세트화하여 치장 보관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당국에서는 새로운 영현 처리 장비 및 물자세트를 고려하고 있다.


모두 신속한 영현 수습 및 처리와 영현요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나 현재 우리 군에 많이 부족한 장비와 물자들이며, 이 물자들은 평시에는 치장물자로 관리하다가 국지도발 또는 국가 재난사태 발생시 치장을 해제하고 보급부대 전술훈련이나 사단급 이상 부대 전투력 복원훈련시 운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전시에는 데프콘-Ⅱ 발령시 치장을 해제하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3) 신원확인 대책 수립 및 교육훈련 강화

 우리 군은 대량 전사자 발생에 대비한 입대 장병의 신원 식별 데이터를 사실상 확보하지 않고 있으며(전술했듯이 국외파병 장병과 일부 함정 승조원에 대하여만 DNA 샘플을 채취하는 정도의 조치를 시행중), 이는 미군이 입대 장병의 DNA와 진료기록 등을 수집하여 신원 식별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교 교육에도 반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장병들에게 지급하는 인식표만으로는 전시 대량 전사자가 발생했을 때 신원 확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차원에서 전 입대 장병의 DNA 샘플 및 진료기록 등을 확보하고 인식표 정보와 일치시켜 신원 확인용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군에서는 영현 업무 관련 전문 주특기교육이 사실상 없다 할 수 있는데, 전시 원활한 영현 수습 및 처리를 위해서는 육군종합군수학교에 영현 처리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처리절차, 신원 확인을 위한 주요 해부학적 지식, 치아 감별법과 DNA 샘플 채취법 등을 교육하여 전문 주특기화할 필요가 있다.


결어
우리는 일반적으로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전사한 사람은 그 공적과 명예를 추앙하고 유족을 위로해야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도리이자 의무이며 그것이 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전시라고 해서 달라져서는 안된다.

전사자의 영현을 수습하고 처리하는 일은 그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국가는 이를 추진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스템의 개선으로 전사자의 영령이 제대로 대우받는 그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월간 디펜스 타임즈 2018년 2월호 게재 기사, 글 사진 : 이치헌 )

  

2018년 03월16일 01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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