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신병 14기 출신 김영배 동국대 명예교수, 해군 순직장병 유자녀 위해 장학금 5000만원 기부
 - 김영배 교수 “6․25전쟁 중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모군에 감사”  

해군신병 14기 출신인 김영배(85세) 동국대 명예교수가 해군 순직장병의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며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장학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김 교수가 이번에 장학금을 기탁한 이유는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마련해 준 해군에 보답하기 위해서이다. 1931년 평안북도 영변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 공산정권의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고교(평북 영변의 용문고) 졸업을 몇 달 앞둔 1948년 여름 부친과 함께 목숨을 걸고 38선을 넘어 서울로 왔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공산정권을 피해 북한에서 급하게 내려온 가정 형편 상 먹고 사는 일이 먼저였다.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조그만 무역회사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던 김 교수는 해군 군악학교에서 학생을 모집한다는 신문광고를 접했다. 당시 18세 청년이었던 김영배 교수는 ‘학교’라는 이름에 끌려 1949년 7월 20일 신병 14기로 해군에 입대했다.

김 교수는 진해에서 3개월간 군사훈련을 마치고 해군본부 예하의 해군군악학교에 입교했지만 악기를 다뤄 본 적이 없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장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했다.

국방부 철수 계획에 따라 서울에 있던 해군본부와 그가 속해있던 해군군악학교도 진해를 거쳐 부산으로 이전했다. 그는 부두경비대에 배치되었다가 얼마 후 함정의 정비계획을 담당하는 해군본부 함정국(艦艇局)으로 소속이 변경되어 행정업무를 보게 되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드물었던 당시 상황에서 해군본부로 먼저 발령받은 동기생이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김 교수를 상관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함정국에서 근무하던 중 김 교수는 자신을 추천해 준 동기생으로부터 부산에 피난 와 있던 동국대가 야간과정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업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당시 중령계급으로 함정국장을 맡고 있던 권태춘 준장(해군 조함창장, 해군 감찰실장, 대한해운공사 사장 역임, 1962년 작고)의 승인을 받아 주간근무가 끝나면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야간수업을 들었다. 전시 상황이었지만 당시 해군은 국가 인재양성을 위해 장병들의 야간대학 입학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전시에 현역 장병의 신분으로 대학 학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부서장인 권태춘 준장이 도움을 줬다. 권 준장은 김 교수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등록금을 지원해 주고, 유엔군사령부가 있었던 일본에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학업에 필요한 책을 구해다 주었다. 또한 정전협정 체결 이후 동국대가 다시 서울로 옮겨가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권 준장은 김 교수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1954년 9월 5년여 간의 해군복무를 마치고 이등병조(현재의 하사)로 전역한 김 교수는 복학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받아 마침내 대학교수가 되었다.

동국대 문리대학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남ㆍ북한 방언 연구’ 등에서 큰 학문적 성과를 남겨 1997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매년 호국보훈의 달이면 어김없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권태춘 준장의 묘역을 참배한다는 김 교수는 “해군신병 14기 동기생의 조언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됐고, 상관이었던 권태춘 준장님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야간대학에 다니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권 준장은 ‘잘 생각했다. 근무 끝나면 헛되이 시간 보내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야 한다’고 격려해 주시고 형편이 어려울 때마다 사비를 털어 대학 등록금을 몇 차례씩 내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해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권 준장님과 같은 훌륭한 분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6․25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해군의 배려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반드시 이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7월은 해군신병 14기가 입대한지 68주년이 되는 달인데, 이제야 그 은혜를 갚게 돼서 부끄러울 따름이다”고 장학금 기탁의 소감을 밝혔다.      

해군은 김판규(중장) 해군참모차장 주관으로 7월 4일 오후 1시 서울 해군호텔에서 ‘김영배 교수 바다사랑 해군 장학기금 전달식’ 행사를 갖고, 김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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